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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쌓기/영화리뷰

박하사탕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함께)


2018. 04. 26

영등포 CGV 스피어X관 7시30분에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재개봉 영화를 다시 보게되었다.

2000년도 1월 1일에 개봉한 이 영화를 왜 나는 다시 보게 되었는가.


나는 요새 나온 한국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아니 요새 나온 어떤 영화든 잘 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게 낫겠다.


그러다가 예전에 한 외국인 친구가 꼭 봐야 할 한국 영화 리스트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박하사탕이었다.


그리고 내 기억 속 박하사탕은 2000년 대 10살이었던 당시

미디어에서 설경구의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이 부분을 패러디했던 미디어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렸을 때 부터 매번 궁금했던 것 같다.

어떤 내용일까.


무언가 강렬한 이끌림도 있었지만 쉽게 다가가기는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영화관에서 재개봉한다고 했고 무엇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내가 늦게 발견해서인지 자리가 구석이 많았는데 

구석이어도 예약을 했다.



영등포 스피어X관은 영상 스크린이 휘어있을 정도로 상영관이 꽤 큰편이었다.

용상 IMAX 상영관 보다는 작았지만

스피어X관이 정확히 어떤 것이 특화되어있는지는 잘 몰라도

상영관이 좀 넓고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무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면

영화 끝나고 기자회견처럼 배우들이 와서 인사하거나 그런 것에

의의를 많이 두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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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시작)


예전 영상이고 내가 G열 1번 자리에 앉았었는데

맨 왼쪽에 앉아있어서 화각이 안좋아 우선 머리가 아팠는데


배경이 1999년부터 1979년까지 흘러가는 시간의 역순 영화라는게

매우 지루할 뻔 했다.


사실 내가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밀양 이 후 박하사탕이 처음인데

이창동 감독의 특유의 지루함이 있는 것 같다.

예술 영화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그 특유의 지루함은 항상 앞부분에 나타난다.

그게 인물 중심의 영화이면서 또 앞 부분에서 이 인물의 사건을 묘사하는 부분이

극적이지않고 정말 내 옆에 사람 일상을 보는 것처럼 그려지기 때문에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거나 애정을 갖고 보지 않으면

금방 포기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2시간 30분? 정도의 러닝 타임 같았는데

확실히 90년대에 찍혔던 영화라 그런지

요즘 중요시 되는 젠더 문제는 그 때 당시 너무 당연한거라 생각되어져왔던게

확연히 보여졌다.


첫사랑, 아내, 미스 리 등 그 때 당시 한국 사회에서 여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다시금 보게 되었던 영화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경구가 맡은 김영호 역할은 처음 시작부터

매우 비호감이고 나는 김영호를 2시간 30분동안 보는데

내게 매우 폭력적인 인물이라 불편했다.


당연 어느 부분에서는 피해자의 입장도 있고 측은지심의 이해가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김영호가 기찻길에서 자신을 자살로 몰고가는 그 첫 장면부터 

나는 2시간 내내 심장박동 수가 늘어나 계단을 올랐던 사람처럼 계속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이 영화에서 기차라는 역할은

시간의 역순과 중요한 사건마다 기차가 지나가고

영화를 보면서 기차가 거꾸로 지나간다는 것이 배경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각 챕터마다 기차는 거꾸로 지나간다.


나는 이 영화가 처음에 그냥 한 인간이 자살하게 되기까지의 모습을 묘사한거라고만 생각했지

한국의 역사적인 흐름들이 이 영화에서 나올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그러니까 김영호는 사랑을 하다가 첫사랑이랑 꼬였고 그냥 삶에 치여서 IMF때문에 이렇게 된거다라고 

처음에 생각했다가 큰 착오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김영호는 살아가고 있었는데

각 챕터의 날짜에서 94년도를 제외한 교과서에도 나오는 날짜

99년(IMF가 터진 직 후), 87년 (6월 항쟁) , 80년(518광주민주화운동) 등 그 속에는 김영호가 살아있엇고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련된 인물이기도하다. 



그리고 이 영호의 재밌는 요소는

예전 배우들의 젊은 시절 연기 모습

설경구 씨, 문소리 씨, 김여진 씨, 그리고 추가로 공형진 씨까지

문소리 씨의 데뷔작이라고도 하는데 내가 아는 문소리 씨의 이미지는 강인한 에너지인데

여기서는 정말 첫사랑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정도로 정말 순수하고

그때의 시대배경에 정말 어울리는 얼굴을 가지셨던 것 같다.


연기력을 보여줄 수 없는 연기였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볼때 '와 이렇게 평범한 연기에 이렇게 잘 어울리고 잘 묻어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정도도다.


설경구 씨 연기는 정말 그야말로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봤던 분들은 알겠지만 99년도의 김영호와 1979년도의 김영호는 눈빛과 말투 그 모든 것에서부터

다르다. 

80년도의 김영호에서도 정말 순수한 청년이 실수를 하게 되는 그 장면에서도

99년도 그리고 94년도 87년도 그 떄의 청년과 느낌이 다르다.

그것을 연기로 표현했다는 것이 나는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였다.


지금의 설경구 씨가 그냥 있던게 아니구나라고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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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이후 이동진 평론가와 함께)


이동진 평론가는 언제나 다름없이 빨간/검정 뿔테를 끼고 오셨다.

내가 눈이 너무 피곤해서 초점이 잡히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동진 평론가의 안경만큼은 아주 잘 보였다.


우선 영화에 대해 평해주시는 것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것도 많았고

영화 이외에 부가적인 설명도 많이 해주셔서 즐거웠다.


영화에서 "삶은 아름답다" 라고 평해주신 그 말씀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긴 했다.

이동진 평론가께서는 이창동감독이 삶은 아름답게 만들도록 노력해야한다는 메세지를

담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늬앙스로 말씀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진짜 삶은 아름답다라는 것 그 자체라고 느껴졋었다.

사실 삶은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94년과 87년 두 군데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청년이 일기장에서 쓴 내용을 가지고 김영호가 넌지시 물어보는 것인데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주고자하는 메시지라고 느꼈다.


"삶은 아름답다" 

삶은 아름다우니까 매 순간 포기하지말고 다시 그려나가자.

비극 속에서도 우리는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뭐 이런의미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나는 느낀다.


당연 이동진 평론가님의 해석이 더 일리가 있다.


그러나 평론의 답은 없으니까.


사실 이동진 평론가의 시간보다 나는 질의 응답시간이 더 재미가 있었다.

사람들이 질문하는 것들이 내가 조금씩 궁금했던 것들이었고

그리고 단 하나의 질문에서 이동진 평론가님의 유머러스한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억나는 질문들은

- 김영호의 오른쪽 다리가 중요한 장면마다 절뚝거리는 이유

- 애국심과 관련된 명언과 함께 자기가 생각한 평론이 맞는지 / 그리고 젠더 문제에 대해서 뭐라고 해야하는지

- 기도를 할 분위기가 아닐 때 기도를 하게 되는지

- 왜 김영호는 순수했던 79년에도 99년처럼 눈물을 흘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아내가 김영호처럼 절뚝거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더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는것은 이 네가지다.


이 네가지가 내가 궁금해 했던 것들이었다.


이동진 평론가께서 재밌었던 부분이 바로 왜 마지막에 김영호가 우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질문에 답해주셨을 때다.

이 때 ㅋㅋㅋㅋ처음에 엄청 설경구씨 연기와 송강호씨 연기를 비교하기도하고

갑자기 자기가 딴데로셌다며 질문을 다시해달라고 하시다가 재밌는 얘기가 떠올랐다며

이창동 감독님의 연기지도 방식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이창동 감독님은 아주 세세하게 연기를 표현하시는 방식이아니고

아주 뭉뜽그려서 느낌을 표현하시는데 

설경구씨가 제일 힘들었던 연기가 지문에 '흐느끼는 엉덩이' 이 대목을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딴 소리가 그 질문에 은은한 답변이 될 수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 순수했던 사람이 왜 울까?

하늘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설경구씨도 영화처럼 시간의 역순으로 영화를 촬영했고

그때 그 순간에 담겨졌던 느낌을 영화로 그려낸것이라는 느낌을

이동진씨의 딴소리에서 답변을 얻었기도 했다.


또 영화흐름상 그 영화가 주는 메세지 때문도 그랬을 것도 같다.

79년 영호와 순임이 하는 대화에서도 

와보지 않은 장소가 매우 낯설지 않다고 하는 장면에서

오히려 79년도 영호는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던 것처럼

그렇게 영화를 끝맺음 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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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동진 씨 해설을 들으며

결국 인간의 선택, 

내 자신을 등한시 하는 이 삶은 비극과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동진 씨의 김영호라는 인물 해석에

자신에 대한 연민과 모멸감 이 두가지가 동시에 공존한다고 했다.


그런데 내 삶에서도 사실 모멸감까지는 아니지만 수치심이나 어떠한 열등감 등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런것이 있지 않을까 싶을때

김영호의 삶은 멀리 있지 않다고 느껴졌고


이 영화에서 나의 삶에서 순간의 선택이 나의 인생을 다시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을 주지 않았나 싶다.


매 순간마다 나는 새로운 선택,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내가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실수가 있더라도 나는 그래도 나를 위해

나의 삶, 아름다운 삶을 위해 다시 선택할 수 있고 다시 도약할 수 있다.